와인을 조금 머금고 혀 위의 와인에 공기가 통하도록 입술사이로 숨을 들이쉬어 본다면 초보자들도 와인을 쉽게 음미하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마시면 비강 뒤쪽에 있는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기에 와인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와인을 맛보는 방법
와인 시음회나 박람회를 방문하게 되면 마치 면을 먹듯 후루룩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드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소리와 행동으로 볼 수 있으며 뜨거운 물이나 차를 마실 때처럼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공기를 들이마시는 방법으로 즐기시는 것이 와인을 맛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입으로 맛을 본 뒤에는 미각과 촉각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와인의 맛과 질감을 함께 평가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익숙해지면 맛과 질감에 따라 포도 품종과 생산 지역을 함께 연결하여 와인을 찾아낼 수 있는 정도가 됩니다. 와인을 마실 때마다 품종과 지역을 연결 짓는 연습을 한다면 와인 매장에서 시음을 하고 구매하거나 식당에서 소믈리에에게 자신이 원하는 와인을 설명할 때에 매우 유용합니다.
그래서 와인의 테이스트 프로필을 작성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종이를 꺼내 어떤 과실의 맛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지 여부와 오크 숙성의 여부, 과실이 아닌 아로마에 대한 향을 적고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와인의 맛과 향을 기록하면 됩니다. 와인의 특성에 따라 타닌과 신맛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단맛과 단만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 테이스트 프로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단맛은 혀끝에서 가장 민감하게 느껴지며 사람마다 달게 느끼는 정도가 많이 다릅니다. 전 세계 와인 생산 지역마다 다양한 기준으로 와인을 분류하지만 대부분 드라이 와인과 스위트 와인으로 구분합니다.
스위트 와인의 경우 다소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단맛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천차만별도 다르고 단맛을 강조하는 제품들 중에서 질 낮은 와인에 단맛을 첨가하여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을 채우는 경우가 있는 만큼 스위트 와인에 대한 선입견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약간의 당이 우리가 즐겨마시는 카베르네의 풍성한 질감을 완성시키기도 합니다. 독일의 리슬링 같은 와인에는 잔당이 많이 들어있는 편인데 높은 당도가 자연적으로 생성된 높고 신선한 산도에 의해 상쇄되는 과정에서 혀끝에 찐한 단맛이 느껴지다가 마지막에는 드라이함을 연출하는 극적인 맛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와인의 구조
단맛 이외에도 와인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신맛, 타닌, 알코올, 바디가 있습니다. 특히 신맛은 와인의 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혀의 양 옆에서 느껴지면서 침샘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점에서 타닌과 알코올과 구분되면 산도가 높은 와인에서는 활력 넘치는 생동감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타닌은 포도 껍질과 오크통에서 추출되는 페놀 화합물로 혀의 중간이나 뒤쪽에서 주로 느껴지며 씁쓸한 맛을 냅니다. 타닌의 농도가 높아지면 마치 수건으로 혀를 닦아낸 것처럼 입안이 마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타닌은 시간이 지나면서 산소와의 화학작용을 일으키게 되고 입자들이 결합하게 되면서 부드러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알코올이 많을수록 점성을 높이는 글리세롤도 많아지는 경향이 있기에 알코올과 바디는 굉장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알코올 외에도 바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있는데 와인이 포함하고 있는 녹아있는 모든 물질과 와인 추출물의 양입니다. 와인 추출물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영향을 미치고 특히 레드 와인에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5도 이상으로 알코올 도우가 높으며 입과 코에서 어느 정도의 열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와인이 열린다는 표현
와인을 마시기 전 잔을 가볍게 흔들어서 와인을 공기와 최대한 접촉시키면 기존의 와인의 맛과 더불어 숨어있는 풍미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드실 때 와인이 열린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처음부터 바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와인을 개봉하고 30초 이내의 평가를 내리게 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없습니다. 병 안에서도 와인의 화학 작용은 계속되고 있는데 산소와 와인 속 화합물이 만나게 되면 아로마가 퍼져나가고 타닌 입자도 부드럽게 풀어집니다. 디켄터에 와인인 열려 나가는 모습을 보면 꽃이 피는 것처럼 와인의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숙성기간이 아주 긴 와인의 경우에는 와인을 개봉하는 순간부터 색과 맛의 선명함을 잃게 되어 그대로 무너져 내리기도 합니다.
와인의 밸런스와 복합미
인생에서 일과 휴식의 밸런스가 중요하듯이 와인에서도 밸런스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와인의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특정 요소나 결함이 두드러지지 않는지 평가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입술을 떨리게 하는 신맛인지 아니면 산뜻하고 살아있는 신맛인지 평하가고 인상이 찌푸려지게 하는 강한 타닌인지 머리를 맑게 해주는 기분 좋은 타닌인지 와인을 마실 때 평가하고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와인의 숙성기간의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여러 요소가 모두 강하게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와인의 밸런스가 맞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80% 이상이 물임에도 와인의 아로마와 맛, 질감의 변화범위는 무한대에 가깝다고 할 것입니다. 향긋하고 긴 여운이 남는 와인이 있으며 반대로 한 모금 마시고 나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와인도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미가 와인의 매력이라고 할 만큼 다양하고 변화무쌍합니다. 그래서 와인을 다양하게 길게 마시다 보면 전두엽에 강력한 감각기억을 넣어주는 와인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평가표를 만들어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만의 별점, 이모티콘, 등급을 만들어 표시해 놓는다면 더욱 자신에게 맞고 전문적인 와인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